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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잎 시간(가슴에내리는시172)

    • 이종옥 저
    • 책펴냄열린시
    • 2026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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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4939177
    쪽수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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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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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2022년 《부산시단》 신인상을 수상하여 시단에 등단한 이종옥 시인은 그동안 공직 사회에 몸담아 왔던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했다.
    공직 사회에서는 정해진 규정과 규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일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시 창작은 정해진 일상의 틀을 벗어나는 생각을 찾고 그것은 자유로운 예술 형식으로 담아내는 것을 추구한다. 이들은 어떤 특정된 틀과 자유로워야 하는 삶의 방식 사이에는 끼워 맞출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 괴리에 이종옥 시인은 한동안 방황과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힘든 이해를 극복하고 자신이 찾아다녔던 새로운 세계를 한 권 시집으로 묶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용기의 결과라고 본다. 시를 쓰는 일은 사치스런 취미활동이 아니다. 시인은 새로운 삶의 영역을 발굴해 내는 개척자이며 발견자이다. 일반인과는 다른 생각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야 그것이 가능해진다. 일상인의 생각과 시각이 다르지 않다면 독자들은 굳이 시를 읽을 필요가 없게 된다. 시인은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낸다. 이종옥 시인도 남들같이 이 사회를 살고 있다. 그들과 차별화된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그동안 가져왔던 인식의 틀을 바꿔야 했던 것이다. 
    공공의 복리를 추구하는 공직 사회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종옥 시인의 작품에는 그 변화된 모습이 나타난다. 시는 철저히 개인적인 특별한 생각을 담는다. 특별할수록 좋은 예술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종옥 시인이 추구하는 작품 속에서 일상의 틀을 벗어나려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그 이유다. 그것이 타자와의 섞임 혹은 라깡이 말하는 욕망의 미끄러짐에 충실한 방식이다. 욕망의 미끄러짐은 내면세계의 갈등 구조로 읽혀진다. 

    목차

    [목 차]

    자서…3

    목차…4

     

    1

     

    핸드폰을 닫다…11

    달력 속에서…12

    떡볶이…14

    건널목…16

    붉은 약속…17

    새벽빛에 감기다…18

    소리 성장통…19

    야윈 북어…20

    어미 접동새…22

    지워지는 물소리… 23

    줄나룻배…24

    처마 및 담배포…26

    황톳빛 통증…28

    냉장고 독백…30

    눈 그림자…31

    보행연습…32

    먼동…34

    비 온 뒤…35

    빈 흔적…36

    아침 노을은 따뜻하다…37

    얼음 여행…38

    줄탁 동화…39

    창백한 찔레…40

     

    2

     

    가슴 안쪽…43

    하얀 겨울…44

    노송의 독백…46

    다섯 개 강낭콩…47

    봄 투정…48

    봄 반란…49

    비에 젖은 운동화…50

    산불…51

    여름 아우성…52

    연못에 든 눈빛…53

    잊혀진 수수대…54

    환상에 머물다…55

    나의 사랑은…56

    달빛 품은 꽃…57

    두고간 눈동자…58

    무거운 침묵…59

    속 타는 침묵…60

    외롭지 않은 섬…61

    우주여행…62

    잊혀진 간짓대…64

    청동 물고기…65

    텅 빈 허공…66

     

    3

     

    하늘로 간 사다리…69

    꿈의 반란…70

    나룻터에서…71

    낙타를 타고…72

    못을 치다…73

    밤하늘…74

    버려진 시계…75

    여름 산…76

    여행을 가다…77

    풀잎 시간…78

    하늘고수…79

    핸드폰을 끄다…80

    혼자 웃다…82

    강물 곁에서…83

    귀가…84

    나의 사랑법…86

    노래를 하다…87

    산속 찻집…88

    승강기의 하루…90

    아침 산책…92

    말과 칼…94

     

    4

     

    책을 덮다…97

    초가을…98

    푸른 멀미…99

    굽은 허리…100

    그믐 등불…101

    노을이 질 무렵…102

    달집에 든 달…103

    멀어져간 풍경…104

    모종출가…105

    봄은 어디쯤…106

    어린 그늘…107

    연못…108

    연못의 깊이…109

    징검다리…110

    눈물…111

    모자를 쓰다…112

    못 출생…113

    발길 따라…114

    밥 장마…116

    배를 타다…117

    보리밭 바랭이풀…118

    빈산…119

    섬에 누가 살까…120

    줄장미 가는 길…121

    택배 속으로…122

     

    작품 해설/타자와 섞임 혹은 미끄러짐·강영환…124


    [본 문]

    핸드폰을 닫다

     

    제 가슴을 두드려 아침을 깨우는 하인

    환한 눈빛으로 동녘을 선점한다

    주인의 눈빛을 먹고 사는 당신

    이별은 내일이 없고

    손길을 떠나는 순간 고아가 된다

    어두운 새벽 아침을 거르고

    바닥이 보이는 빈 그릇

    빨간 이마등이 허기를 말하고

    희미한 눈빛으로 말을 삼킨다

     

    배가 고프다

    하얗게 닫힌 눈동자

    앞을 볼 수 없어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낮달이 얼굴을 내밀고

    발길은 처마 밑을 가리키는데

    문 앞에 매달린 까만 흔적이

    희미한 눈빛으로 문을 당긴다

     

     

    떡볶이

     

    시장 따라 나온 두 살배기

    걸음마가 흔들린다

    겨우 한 발 디딜 때마다

    다른 발끝은 땅에 끌려 간다

    몸이 먼저 발은 뒤따라가기 바쁘다

     

    나무 젖가락에 꽃힌 떡볶이

    가다가 멈추고 쳐다 본다

    다시 한 발자국을 뗀다

    서투른 걸음걸이도 장단이 있다

     

    왼손에 쥔 떡볶이 냄새가 또 난다

    한번 베어 먹기 위해 다시 선다

    빨간 양념이 입술에 묻는다

    입술이 동그랗게 주름진다 곧 울음을 터뜨린다

    울음소리에 놀란 엄마

    엄마의 손이 입술 위를 스친다

     

    비닐봉지 안에서 포도 두 알을 따낸다

    손가락으로 눌러 입에 넣어준다

     

     

    건널목

     

    돌하르방이 색안경을 쓰고 있다

    충혈된 눈동자엔 노을이 가득하다

    뽀얀 먼지를 이마에 붙이고

    눈가에 땀방울로 눈이 시리다

     

    젊은 눈빛이 발자국을 부른다

    피아노 건반이 운율을 토한다

    발밑에서 협주곡이 연주되고

    천천히가 빠르게로 넘어간다

     

    연주가 초록 숫자를 업고 간다

    마주친 눈길은 옷깃을 스치고

    초등생 발걸음이 급하다

    등에 업힌 책가방이 심하게 요동친다

     

    흔들리는 노란 눈동자

    비바람도 멈춰선다

    바쁜 걸음 하르방에 남겨두고

    가을 햇살에 자리를 내어준다

     

     

    붉은 약속

     

    단풍 깊이든 우체통

    짙어지는 나뭇잎 숨소리

    잎 넓은 노란 얼굴로

    하늘을 받들고 누워있다

     

    차가운 바닥에 나이테를 그리고

    한 살 벗은 가지마다

    젖어 물든 시린 소리

    지나는 바람이 뼛속을 때린다

     

    감꽃으로 태어나

    까치밥으로 늙는다

    잎이 지는 것은

    물빛을 가슴에 새기는 아픔이다

     

    만져 보지 못한 깊은 하늘

    꽃잎 떨어지면 새잎 나는 가지

    마른 달음질은 녹슬지 않았는지

    가을빛 남겨두고 서산을 넘는다

     

     

    새벽빛에 감기다

     

    잠 설친 입김이 창을 넘는다

    하늘 업은 구름을 타고

    달빛이 가시기 전에

    어둠은 침묵 속에 소복을 입는다

     

    살며시 발을 내미는 물안개

    초롱한 이슬방울 눈썹 위에 얹고

    발자국소리에 떨어질까

    실눈 뜨고 문턱을 넘는다

     

    깊은 여운이 아침을 타고온다

    기우는 새벽달도 가던 길 멈추고

    쓰르라미 늘어진 노래소리가

    악보 없는 운율을 까맣게 태운다

     

    동트면 별빛이 숨는다

    떠나지 못한 어둠이 나뭇잎에 묻어 있다

    바람이 숨죽이며 그림자를 지우고

    구름이 놀던 자리에 하늘이 열린다

     

     

    소리 성장통

     

    소리를 부는 나팔꽃

    한낮 햇살에 두 볼을 포갠다

    메마른 바람이 얼굴을 비비고

    젊은 향기가 코끝에 앉는다

     

    햇살은 가는 목을 늘어뜨려

    담을 넘는 그늘에 고개 숙인 채

    허리 굽은 시간을 잡으려

    구멍난 잎 사이로 가을을 부른다

     

    희미한 나이테가 가슴에 새겨진다

    통증을 참으며 내일을 끌어당기고

    바람에 날려 뛰어내리는 소리들

    처진 꽃잎에 땀방울이 맺힌다

     

    눈물 마른 꽃

    보랏빛 두 볼이 색을 버리고

    등 뒤에 숨어 땀 흘리는 바람

    가늘어진 허리가 소리를 묻는다

     

     

    야윈 북어

     

    어둠이 눈감은 금정산 마루에 휴일이 열린다

    기슭에는 사과, 양초, 종이컵, , 북어

    넋이 나간 채로 널려 있다

    술잔에는 약주가 가득하다

    나무젓가락은 신혼인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재주의 간절한 바램이 바닥위에 흥건하다

     

    처마 밑에 새 식구가 들어 온다

    차주대감 북어는 트렁크에 자리하고

    등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는

    무거운 가면을 쓰고 나를 지켜 본다

     

    허공 앞에서는 나도 몰래 머리 숙인다

    승복인지 부탁인지 기댐인지?

    허리를 구부리고 미간을 넓힌다

    양손이 만나서 하나 되어 빌고 또 빈다

     

    마를 대로 마른 앙상한 가슴 고랑진 뱃살

    꼬리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

    옷깃만 스쳐도 바스라진다

    저자 소개
    저자 : 이종옥

    2024년 《부산시단》 신인상 등단.
    부산시단 작가상(2025)
    부산 시인협회 회원. 그림나무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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