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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64622179 |
|---|---|
| 쪽수 | 45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자연/과학 > 과학일반
우리는 들숨으로 산소를 들이마시고 날숨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그래서, 우리가 호흡할 때는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고 식물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바뀐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물을 산화하면서 내놓은 이산화탄소는 물 안에 든 산소에서 오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들숨에 섞인 산소는 대사를 치르면서 대개 물로 변한다.
조금 시야를 넓혀보자. 비타민C를 발견한 헝가리 생화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는 ‘생명은 전자의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식물은 물을 깨서 얻은 전자를 탄소에 비벼 넣는다. 그때 수소도 함께 들어간다. 그렇게 식물은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동물은 정확히 그와 반대되는 일을 한다. 포도당을 깨서 전자와 수소를 얻는 동안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는 세상 전부다. 이는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며, 꼬리를 무는 뱀의 머리처럼 순환하는 지구 행성의 생화학이다.
행성 차원의 이 거대 화학에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포도당을 만드는 에너지원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전환한 사건, 즉 광합성 생명체의 등장은 지구 대기권과 생명체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생명체가 사용하는 물질이 수소와 전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에서 왜 하필 포도당이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연료로 자리잡았을까? 치명적인 독이었던 산소는 어떻게 물질대사의 네트워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을까? 이 책은 포도당과 산소, 두 주인공이 전자를 주고받으며 펼쳐가는 생명의 화학, 곧 물질대사의 연대기다.
이 책은 2007년의 『생명 최초의 30억 년』 이래 19년 만에, 26권째에, 드디어 한국인 저자가 쓴 첫 ‘오파비니아 시리즈’다.
[목 차]
서론: 보편적 대사경로를 찾아서
제1장 화학하는 식물
마름 | 마법의 버섯|식물연대기|우장춘 삼각형: 다배체의 진화|화학하는 식물: 특수대사산물 합성|특수대사산물과 동물의 공진화|고양이 풀 뜯어먹는 이야기: 캣민트(catmint)|자줏빛 무, 비트는 석죽목 식물이다|밤에 말산(malic acid, 사과산)이 쌓인다
제2장 포도당은 보편타당
화학의 시작|포도당은 보편타당|전자를 핑퐁(ping-pong)하다|대사의 핵심 물질|물질대사는 알데히드가 무서워: 고리 안으로 알데히드를 숨기는 까닭|산소 적은 곳에 살기|포도당은 그저 그런 에너지원이 아니다|아나플러로틱, 카타플러로틱|포도당 새로 만들기|포도당은 소포체에서 최종 가공된다
제3장 오늘도 포도당은 걷는다
생화학적 지름길 걷기, 탄소대사|특수대사산물 다양성의 유래|모든 육상식물의 공통조상|특수대사산물의 특징|천연물 화학의 놀라운 단순성|딤보아|옹기종기 유전자|유전자클러스터 캐내기|방선균은 강인하다|흙에서 살려고 진화했다, 스트렙토미세스
〈상자글〉 대사의 일반원칙
제4장 물질의 구조를 찾아서
고난(gonane)|프레글의 미량분석법|빌슈테터와 엽록소의 구조
〈상자글〉 빛을 나누다, 분광학
제5장 무지개 내려온다, 크로마토그래피
테르펜 화학: 식물에서 공기 중으로|이소프렌 쌓기|테르페노이드 화학: 정유, 콜레스테롤, 카로티노이드|천일야화 화학, 끊이지 않는 테르펜 이야기|무지개 내려온다, 크로마토그래피
〈상자글〉 비타민A 발견의 간추린 역사
제6장 알칼로이드, 약리학과 합성의 화학
열대우림에 알칼로이드가 많다|마녀의 알칼로이드|속씨식물의 방산과 알칼로이드의 진화: 백악기에 벌어진 일들|약리학의 짧은 역사|기센의 화학자들, 퀴닌 합성에 도전하다|6개의 칭하오 중 하나|질소고정이 콩 뿌리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질소 그리고 이소플라보노이드|플라보노이드대사의 진화
〈상자글〉 참기름에 들기름이 섞인 걸 알아내는 방법, 시약 이야기
제7장 콜레스테롤, 산소와 함께 살기
콜레스테롤엔 산소가 필요해|테르펜화합물이 스테로이드 신호체계의 출발점이라고?|산소와 함께 살기|콜레스테롤과 산소|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친구|강직성 장벽, 소수성 장벽|산소와 물질대사|산소의존형 특수대사산물|오래된 단백질|원자 구성으로 밝혀낸 단백질의 새로운 특성|지구 대기에 산소를 쌓는 새로운 방법|먼 옛날의 산소 공급원은 과산화수소?
제8장 세포막 특구, 카베올라(caveolae)
내포작용|세포 넘나들기|세포막 작은 동굴, 카베올라|동물 세포에만 있는 단백질|막을 구부리다|세포에 탄력을 주자|클라트린과 피막소포|또 하나의 관문, 카베올라|세균들이 사는 법: 내포과정에 편승하기|역동적 기관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지질방울 이야기|포유동물의 지질방울
제9장 불 때면 열이 난다, 고에너지 분자 산소
액체 상태의 물|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 상전이와 시간의 화살|삼중항 산소|광범한 이론을 찾아서|호모가 루모를 찾다|나무를 태우면 열이 난다: 고에너지 분자, 산소|산화와 환원 지도|보편적 전자전달체, NAD(P)|NAD(P)의 생화학적 보편성|가고 다시 오지 못한다는 말은|생명의 시간|물속에서 가수분해를 피하는 방법|갑툭튀 피로인산, 대사 비가역성 그리고 팔방미인 ATP|신진대사를 이끄는 숨은 일꾼
〈상자글〉 결합수 불변의 법칙
〈상자글〉 세상에 표준상태는 없다
나가는 말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인명)/ 찾아보기(사항)
[본 문]
새로운 종으로 정착하면서 성공적인 다배체를 갖게 된 대표적 식물은 재배 밀·옥수수·면화·감자·담배·양배추·딸기·목화·콩, 그리고 배추다. 1935년 우장춘(1898~1959) 박사는 십자화과의 서로 다른 종인 배추와 양배추의 염색체 수를 더한 것이 둘을 교배한 자손인 유채와 염색체 숫자가 같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식물에서는 흔히 다른 종끼리 교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종교배로 새로운 종의 탄생을 보인 우장춘 박사는 연이어 흑겨자를 양배추와 교배해 에티오피아 겨자를, 배추와 교배해 갓을 만들었다. 이렇게 완성된 우의 삼각형(〈그림 1.5〉)은 전 세계 모든 육종학 교과서에 실렸다고 한다.(42쪽)
어찌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화학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양도 많아서 최초의 세포가 대사의 핵심 물질로 포도당을 썼으리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왜 과학자들의 생각이 포도당 한곳으로 몰렸을까? 대체 포도당의 어떤 물리화학적 특성이 이 화합물을 대사의 핵심 물질로 이끌었을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살피겠지만 무엇보다 포도당은 반응성이 커서 ‘발끈하는 화학적 성격을 지닌’ 알데히드 작용기를 지닌다는 점을 떠올리자. 생화학자들은 ‘물질대사는 알데히드를 두려워한다’는 명제를 가끔씩 쓴다. 세포에서 보편적으로 진행되는 물질대사의 핵심 출발물질인 포도당이 알데히드를 지닌다는 사실은 위 명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대사가 알데히드의 어떤 화학적 특성을 꺼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데히드 작용기를 가진 포도당을 굳이 대사 경로에 편입시켜야 했는지 하는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세포 안에서 다른 당과 비교하여 포도당이 어떤 화학적 특성을 갖는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90~92쪽)
들숨으로 산소를 들이마시고 날숨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호흡할 때는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고 식물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바뀐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서로 관련이 적다. 우리가 음식물을 산화하면서 내놓은 이산화탄소는 물 안에 든 산소에서 오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들숨에 섞인 산소는 대사를 치르면서 대개 물로 변한다.(96쪽)
이런 몇 가지 변칙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 탄소 대사의 주역은 여전히 포도당이다. 그리고 일차대사에서 파생된 특수대사 출발물질은 포도당깨기과정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 크레브스회로의 중간체들은 화학적으로 카복실산이고 이 작용기는 조건만 주어지면 언제든 탄소-탄소 결합을 벗어나 이산화탄소로 날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크레브스회로의 산화적 탈탄산 경로는 에너지를 최대한 회수하는 특화된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암세포가 포도당깨기과정을 선호하는 까닭도 세포 분열에 필요한 빌딩블록을 거의 무한정 얻기 위함이다. 빌딩블록은 서로 결합 짝을 바꾸어가면서(〈그림 1.4〉)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낼 잠재력을 지녔다. 식물학자들은 식물 세포 안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특수대사산물의 수가 100만 개에 육박한다고 추정한다. 이런 특수대사산물에는 어떤 독자적인 특징이 깃들어 있을까?(127쪽)
에너지를 생산하는 한편 생체고분자 재료인 빌딩블록을 확보하고자 진행되는 포도당깨기과정은 포도당을 두 차례 인산화하면서 시작된다. 그런 다음 가운데를 갈라 인산이 결합한 삼탄당을 두 분자 만든다. 인산을 회수하고 피루브산을 만들면 포도당대사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과정이 완결된다. 통째로 포도당을 대사체계로 끌고 가는 대신 화학적으로 동등한 두 개의 삼탄당으로 나누면 핵심 대사가 단순해진다. 정확히 우리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이 일이 포도당깨기과정의 진정한 의미다.(153쪽)
최초의 육상식물은 약 4억 2000만 년 전 실루리아기에 등장했다. 그뒤 데본기 약 6000만 년 동안 식물은 더 흔해졌다. 이 시기의 화석은 주로 포자를 만드는 양치류와 비슷했다. 데본기 후기에 나무 모양의 석송·양치류·속새가 뒤따라 데본기와 석탄기 숲을 수놓았다. 최초의 겉씨식물은 소철류와 은행나무였다. 겉씨식물은 페름기와 중생대에 풍부했지만 약 1억 4500만 년 전 백악기에 속씨식물이 진화하여 지배적인 식물군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존하는 식물군 내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성은 지난 5000만 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233~234쪽)
심장병의 원인으로 낙인찍힌 콜레스테롤은 우리 세포막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화합물은 다양한 온도에서 세포막의 탄력성을 유지하고 환경과 주변 세포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정거장 역할을 한다. 동물 세포는 37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콜레스테롤을 만든다. 식물은 식물 고유의 몇 가지 시토스테롤과 스티그마스테롤을, 곰팡이는 에르고스테롤을 만든다. 구조는 제각각이고,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산소가 없으면 이런 스테롤 골격의 화합물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억 년을 기준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암석에서 고생물학자들은 스테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이 가리키는 진핵세포의 출현은 1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증거가 더 믿을 만한 것일까?(264쪽)
앞에서 말했듯 콜레스테롤을 만들 때 산소 분자가 11개씩이나 필요하다. 라노스테롤을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데만 무려 10분자의 산소가 소모된다. 나머지 한 분자는 반응 초반 스쿠알렌을 산화할 때 쓴다. 정리해보자. 콜레스테롤 1분자를 만들려면 산소 말고도 빌딩블록인 18분자의 활성초산, 36분자의 ATP, 수소와 전자 공급원으로 16분자의 NADPH가 든다. 막대한 물량이 소모되는 대공사다. 그러니 지구 대기에 산소 있고 없음이 콜레스테롤 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게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첫 번째 가능성은 고리구조의 콜레스테롤이 편평하다는 데서 비롯한다. 유동성이 있어 흐물거리는 인지질 세포막에 견고한 골격의 콜레스테롤은 물리적 힘을 실을 수 있다. 세포막에서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곳을 일러 지질뗏목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다일까?(277~278쪽)
미토콘드리아가 숙주세포로 편입되는 일이 곧 진핵세포의 기원이다. 공생은 세포 안에 방이 더 늘어 구획이 생겼다는 구조적 개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사체계가 ‘호박 넝쿨째 들어오는’ 생화학적 의미를 띤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로 호흡을, 엽록체는 포도당 고정과 산소의 생산이라는 새로운 대사의 세계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두 대사 세계는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공존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사체가 진화하는 동안 전체적으로 화합물의 극성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새로운 발명품인 콜레스테롤이 끼어들어 막 기능을 조절하는 등 복잡한 생명체에서 세포 간 통신을 수행할 여건이 한창 무르익었다. ‘나발 불자 원님 등장하듯’ 산소의 등장이 물질대사와 세포 기능의 새로운 놀이판을 흐드러지게 만든 셈이 되었다. 또 구조적 관점에서 혐기성 대사산물은 호기성 분자보다 더 유연하다. 이는 고리(방향족 고리 포함)구조가 적은 탓도 있다. 기본적으로 네 개의 고리구조인 콜레스테롤이 대표적 호기성 화합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296쪽)
포도당깨기과정이나 크레브스회로에서 벌어지는 산화-환원반응은 생명을 유지하는 대사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헝가리의 생물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1893~1986)는 생명은 ‘전자의 흐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알려진 모든 대사반응의 거의 40퍼센트가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환원반응이다. 우리 세포에서 늘 진행되는 탄수화물대사는 카복실산 주변으로 전자를 주고받는 대표적인 산화-환원반응이다. 배터리처럼 산화-환원반응을 정량적으로 바라보고자 과학자들은 환원전위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합성생물학자로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참신한 방법을 찾고 포름산(개미산)을 유일한 탄소원으로 삼아 살아가는 대장균을 만들기도 했던 이스라엘의 아렌 바르에벤은 양자화학적 계산을 기초로 산화-환원 생화학의 열역학적 원리를 밝히고 왜 전자전달물질로 NAD/NADP가 쓰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생리학적으로 이 두 분자의 환원전위 범위는 우리 세포의 핵심 대사반응의 환원전위 범위에 걸쳐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369쪽)
이 책은 포도당깨기, 크레브스회로, 산화환원, ATP 같은 어려운 생화학 개념을 생명이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는 장대한 서사로 바꾸어 놓는다. 식물의 향과 독, 알칼로이드와 콜레스테롤,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를 하나의 대사적 흐름 속에 엮어내는 시야는 넓고, 김홍표 교수의 오랜 실험 경험은 설명에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결코 만만하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생명이란 결국 분자가 결합을 깨고 다시 잇는 아름다운 화학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단 두 개의 분자로 설명할 수 있다면 믿겠는가. 산소와 포도당,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전자. 저자는 이 단출한 재료만으로 광합성과 호흡, 크레브스회로, 식물이 빚어낸 알칼로이드와 테르펜까지, 수십억 년에 걸친 생물과 화학의 역사를 한 장의 지도 위에 펼쳐 보인다. 다 읽고 나서도 여러 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세상의 모든 약, 그 절반 이상은 식물이 만드는 수십만 종의 이차대사산물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식재료의 미세영양소나 맛, 향, 색 성분 역시 그 일부다. 이 책은 대사산물에 대한 깊은 통찰과 흥미를 동시에 선사하며, 생명 현상의 근본을 이루는 분자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자, 맛·식품 전문가
포도당과 산소, 두 주인공이 전자를 핑퐁하며 펼치는
생명과 물질대사 진화의 대서사시!
―드디어 한국인 저자가 쓴 첫 ‘오파비니아 시리즈’ 출간!
비타민C를 발견한 헝가리 생화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는 ‘생명은 전자의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식물은 물을 깨서 얻은 전자를 탄소에 비벼 넣는다. 그때 수소도 함께 들어간다. 그렇게 식물은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동물은 정확히 그와 반대되는 일을 한다. 포도당을 깨서 전자와 수소를 얻는 동안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는 세상 전부다. 이는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며, 꼬리를 무는 뱀의 머리처럼 순환하는 지구 행성의 생화학이다.
행성 차원의 이 거대 화학에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포도당을 만드는 에너지원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전환한 사건, 즉 광합성 생명체의 등장은 지구 대기권과 생명체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생명체가 사용하는 물질이 수소와 전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에서 왜 하필 포도당이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연료로 자리잡았을까? 치명적인 독이었던 산소는 어떻게 물질대사의 네트워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을까? 이 책은 포도당과 산소, 두 주인공이 전자를 주고받으며 펼쳐가는 생명의 화학, 곧 물질대사의 연대기다.
포도당과 산소와 전자로 그려낸 물질대사 네트워크의 조감도
서너 살배기 아기 시절, 정읍 어느 마을 고샅길을 수탉 부리에 쪼여 뒷걸음질도 해가며 찾아간 저자를 반겨 맞아 나어린 아짐이 구워주었던 마름 맛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1장 「화학하는 식물」은 약 4억 5000만 년 전에 뭍으로 올라온 식물이 발과 근육 대신 수십만 가지 이차(특수)대사산물을 만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번성해온 면면을 들여다본다. 거기에 포도당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독과 향기, 색소와 호르몬을 만들어 포식자를 물리치고, 곤충을 불러들이며, 육상의 자외선과 건조에 적응했다. 마름과 버섯, 캣민트와 비트, 카페인과 니코틴의 이야기는 식물의 특수대사가 생존과 공진화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제2장 「포도당은 보편타당」과 제3장 「오늘도 포도당은 걷는다」는 복잡한 대사경로에 살아 숨쉬는 공통 원리를 찾는다. 포도당이 둘로 갈라져 피루브산이 되고, 탄소 2개짜리 활성초산이 크레브스회로로 들어가며, 탄소가 붙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생명체의 물질과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탄소 1(이를테면 탄소 5개짜리 분자가 이산화탄소를 만나 화합물의 크기를 늘리는 과정이 곧 광합성이다), 2, 3, 6의 움직임과 카보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따라가다 보면, 비비 꼬인 미로처럼 보이던 물질대사가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 이어지는 몇 가지 화학 원칙으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제4장 「물질의 구조를 찾아서」와 제5장 「무지개 내려온다,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생명이 만든 분자를 인간이 어떻게 발견하고 읽어왔는지를 살핀다. 미량분석법과 분광학, 크로마토그래피는 보이지 않던 화합물을 분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는 화학적 루페가 되었다. 엽록소와 카로티노이드, 테르펜과 스테로이드의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물질대사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현대화학이 탄생한 역사다.
제6장 「알칼로이드, 약리학과 합성의 화학」에서는 모르핀과 니코틴, 카페인, 퀴닌과 칭하오를 통해 식물과 동물 사이에 벌어진 화학적 군비경쟁을 따라간다. 식물이 포식자를 막고자 귀하디귀한 질소를 섞어 만든 알칼로이드는 인간의 몸에서는 약이 되었고, 약리학과 유기합성화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생태계의 경쟁과 협력, 생존과 죽음의 흔적이 한 분자의 구조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결국, 식물은 만들고 우리는 그것을 쓴다.
후반부는 산소가 열어젖힌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탐색한다. 제7장 「콜레스테롤, 산소와 함께 살기」는 흔히 건강검진 수치로만 여겨지는 콜레스테롤을 지구 산소화 사건의 역사적 증거로 재해석한다. 제8장 「세포막 특구, 카베올라」는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세포막의 작은 동굴을 조명한다. 박과 식물의 덩굴손처럼 카베올라는 세포막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부피의 증감을 감당한다. 위험하지만 꼭 필요한 산소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렇게 카베올라는 유산소 환경에서 세포의 경계로 자리잡았다.
마지막 제9장 「불 때면 열이 난다, 고에너지 분자 산소」는 산화와 환원, NAD(P), 피로인산과 ATP를 통해 생명체가 화학반응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원리를 설명한다. 포도당에서 꺼낸 전자는 산소로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생명이 사용할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이로써 책은 식물이 만든 포도당에서 출발해, 산소와 전자, 에너지와 생명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생명의 다양성은 무한해 보이지만, 그 다양성을 만들어낸 화학의 기본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탄소를 붙이고 떼는 일, 전자를 건네고 받는 일, 결합을 끊고 다시 잇는 일. 이 책은 이 단순한 원리가 수십억 년 동안 어떻게 식물과 동물, 세포와 생태계의 복잡성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는 동시에 포도당을 만들고 산소를 이용하며, 더 많은 물질과 에너지를 다룰 수 있게 된 물질대사의 역사다.
드디어 19년 만에, 26권째로, 한국인 저자의 오파비니아!
돌미나리에서 이소람네틴을 분리하고 쥐의 간세포를 배양하던 대학원 시절을 거쳐 약대 교수가 되었다. 생약학과 천연물화학, 세포생물학의 경계를 오가며 연구하고 강의해온 저자 김홍표 교수는 ‘2009~2014년 한국인 기초과학 상위연구자’(한국연구재단 조사)로 약학(3위), 의학(4위) 두 분야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고, 2017년부터는 『경향신문』에 우리 몸과 일상, 자연의 요모조모를 엄밀하되 따뜻한 과학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인기 칼럼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를 연재하고 있다. 그가 평생의 연구를 녹여 생명의 화학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이 책이고,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쓴 첫 ‘오파비니아 시리즈’다.
‘우주와 지구와 생명과 인간의 진화’를 담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는 2007년 앤드루 놀의 『생명 최초의 30억 년』을 첫 책으로 하여, 마이클 벤턴의 『대멸종』,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와 『산소』, 로버트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와 『탄소 교향곡』, 도널드 프로세로의 『공룡 이후』, J. G. M. 한스 테비슨의 『걷는 고래』 등등 세계적인 학자들의 명저를 총서로 엮어왔다. 오파비니아는 하나의 기관이나 분자, 생물 또는 지질학적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생명의 거대한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삼엽충』이 한 고생물의 눈으로 고생대와 과학의 역사를 복원하고, 『내 안의 바다, 콩팥』이 작은 기관에서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사를 읽어냈던 것처럼.
이제 시리즈 시작 19년 만에,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오파비니아 시리즈’가 드디어, 한국인 저자의 책이라는, 한국 과학자의 연구 경험과 사유로 쌓아올린 독창적인 과학 서사라는 새로운 장을 연다. 이미 『내 안의 바다, 콩팥』과 『탄소 교향곡』의 번역자로서 시리즈를 빛낸 김홍표 교수가 생명의 역사와 진화를 물질대사라는 시각에서 재구성한 이 역작을 써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다.

지은이 김홍표는 생물학에서 ‘많은 것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고수하는 학자다. 생명은 물속에서 생체고분자가 벌이는 춤사위다. 인간 세포의 8할은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가득한 적혈구다. 헤모글로빈에는 헴이, 헴에는 철이 들었다. 미국 피츠버그대와 하버드대에서 그 헴의 대사와 세포막의 신호전달을 연구했다. 사방으로 펼쳐진 널따란 논 한가운데 자리한 정읍의 시골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서울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는 동안 천연물 화학과 간 생물학을 공부했다. 현재 아주대 약대 교수다.
지은 책으로 『똥 누는 시간 12초, 오줌 누는 시간 21초』,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산소와 그 경쟁자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내 안의 바다, 콩팥』(오파비니아 13), 『탄소 교향곡』(오파비니아 15, 뿌리와이파리), 『태양을 먹다』,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다윈), 『신기관』(베이컨) 등이 있다. 2017년부터 『경향신문』 칼럼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를 통해 우리 몸과 일상, 자연의 요모조모를 엄밀하되 따뜻한 과학의 눈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2025년부터 『내일신문』에 ‘식물은 화학자다’라는 주제 아래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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