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프롤로그
1부 두근두근 새내기 담임의 첫 출근
2학년 4반, 너희가 내 첫 제자야
담배 사건 영웅
국어 쌤 빵 사 먹은 거 아니다
신청곡 받기는 어려워
출장 가지 마요
우리 반이 급식을 먹는 법
괴롭히는 건지 챙기는 건지
정우의 달리기
반티를 정하는 법
수학여행 25시
2부 사랑의 저격글, 준비 시작!
"하늘, 이, 매우, 푸르다"
"선생님 날씨가 참 좋죠?"
오! 따라 하면 안 돼요
사랑의 저격글, 준비 시작!
숙제 내지 맙시다? 마시옵소서?
급식을 적게 주면, 이렇게 말해요
국어 선생님이 달걀을 삶는 이유
대프리카에서 여름 나기
교실 붕괴? "꺼져요."라는 말을 듣다
3부 아이들이 쏘아 올린 반짝반짝 동전들
벌 청소 시키다가 걱정을 지운 날
아이들이 쏘아 올린 작은 동전
담임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 사이
전학생이 와도 똑같이 해요
잊지 못할 주먹밥의 맛
하이 파이브 데이
링링이 처음 배운 말
한여름 밤의 닭갈비
세수와 청소는 어떤 관계일까?
수업 공개, 피하고 싶어요
4부 선생님을 부탁해
한겨울 선풍기 소동
시험 문제가 이상해요
크리스마스 선물
선생님을 부탁해
웃음과 눈물범벅 졸업식
에필로그
[본 문]
“소현아, 부탁이야. 선생님 빵 사 먹은 거 못 본 일로 해 줘. 선생님도 사생활이 있잖아.”
진지하게 말하자 소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생님. 못 본 걸로 할게요.”
그러더니 소현이가 복도를 방방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야! 국어 쌤 빵 사 먹은 거 아니다! 빵 안 사 먹었다!”
그러자 복도에 있던 아이들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큰 소리로 함께 말했다.
“야야, 국어 쌤 빵 안 먹었대.”
“국어 쌤 빵 안 드셨대!”
심각한 표정까지 지어 가며 그렇게 외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두 손 들고 항복해 버렸다. 빵집을 갈 때면 문득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_ p.23-24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다급해서 새벽에 전화했겠다 싶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거, 자장면 배달 되는교?”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거기 자장면 집 아입니까?”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꼭두새벽에 중국집 배달을 하려고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학교에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국어 수업을 하다가, 아이들에게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밤에 왜 그렇게 밖에 나가려고 했느냐.’, ‘잠을 못 자서 너무 괴로웠다.’ 하고 하소연했다. 아이들은 반대로 ‘선생님들 왜 안 주무셨어요?’ 하고 항의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새벽에 걸려 온 전화가 생각났다.
“참! 근데 그날 이상한 일 있었어. 어떤 아저씨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자장면을 달라는 거야.”
그러자 몇몇 아이들이 탕탕탕 책상을 치며 엎드려 웃음을 터뜨렸다.
_ p.55
“선생님 숙제 내 주지 맙시다!”
맨 뒷자리에 앉은 규현이가 당차게 이야기했다.
“선생님한테는 ‘맙시다.’라고 하면 안 돼.”
“그럼 뭐라고 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규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거나 ‘뭐지?’ 하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규현이가 깨달음을 얻은 듯 말했다.
“아! 알겠어요.”
나도, 아이들도 규현이에게 잔뜩 기대한 얼굴을 하고 뒷말을 기대했다.
“숙제 내지 마시오!”
규현이는 농담을 자주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웃어 대고, 어떤 아이들은 내 눈치를 봤다.
“이거 아니에요?”
“야, ‘마시오’가 아니라는 거 애기들도 알겠다.”
주위 아이들이 규현이를 구박했다. 내가 상황을 정돈해야겠다 싶었다. 운을 떼려 입을 열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규현이가 다급히 외쳤다.
“죄송해요, 쌤! 알겠어요! 숙제 내지 맙시다! 아니 마시옵소서!”
나나 아이들 모두 규현이의 말을 듣고서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절묘하게 딱 그 순간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선생님, 가면 안 돼요!”
“안 간다, 규현아.”
“가지 마요! 가지 맙시다! 마시옵소서? 제가 말한 거 맞아요? 네?”
_ p.79-80
이번에는 두 번째 분단의 수현이에게 발표를 시켰다.
“급식 당번이 반찬을 적게 줄 때 뭐라고 할 건가요?”
“적게 주면요, ‘너는 이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하냐?’라고 합니다.”
수현이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싸움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의문문이라고 무조건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장인 건 아닙니다. 비꼬는 태도로 말을 하면 안 돼요.”
“그럼 이렇게요, ‘이건 사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분량이다.’ 평서문으로요!”
_ p.84
“선생님 말을 안 듣고 반항하는 아이들이 있죠?”
연수 강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자마자 바로 지승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자신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랍니다.”
종이 한 장을 채우고 가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지승이가 ‘싫어요!’라고 외치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승이의 말을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 지승이가 반항하면 할수록 강하게 지도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생각 때문이었다.
_ p.103
“여기 백 원이 떨어져 있네. 누구 잃어버린 사람 있나?”
아이들이 활동을 끝낼 때쯤 동전을 들어 올려 광고를 했다. 그러나 동전의 주인이 나타나지도 않고 어느 누구 하나 그 동전을 가지겠다고 손을 들지도 않았다.
“이 동전 어떻게 하지?”
“부치세요!”
누군가가 나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핫! 뭐라고? 이걸 부치라고? 누구한테?”
가뜩이나 임자 없는 동전을 도대체 누구 계좌로 송금하라는 말인가! 참 엉뚱하다 싶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나에게 같은 제안을 반복했다.
“이 돈을 대체 누구한테 부치라는 거야?”
“아니요, ‘누구한테’가 아니고 저기요! 저기 위에요!”
아이들이 내 머리 위를 가리켰다. 아이들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칠판 꼭대기에 동전 대여섯 개가 한 줄로 붙어 있었다. 테이프로 동전들이 야무지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아! 돈을 은행에서 부치라는 게 아니고, 테이프로 붙이라는 거였구나!”
_ p.107-198
“선생님! 먹지 마세요!”, “제발 드시지 마세요!”, “안 돼요! 쌤 제발요!”
사약을 먹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어찌나 간절히 말리는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나를 위해 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였다. 주먹밥을 씹어 먹다 보니 청양고추의 불처럼 매운맛이 온 입을 가차 없이 강타했다.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고 땅을 구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보는 앞이라 꾹 참았다.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나를 걱정하던 아이들을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괜찮다고 시치미를 잡아떼면, 장난을 기획한 정우와 대현이가 실망할 것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리액션을 했다. “아! 맵다, 매워! 물! 물!”
입에 손으로 부채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정우와 대현이는 신이 났다. 특히 정우는 배를 움켜쥐고 웃느라 눈에 눈물까지 고였다. 나는 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인 것도 모르고.
_ p.123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과 작전을 짜는 거네요! 그런데 동현이가 선생님 오시는 거 보고 도망가면 어떻게 하죠? 그리고 동현이가 성준이를 원망해서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도 돼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상의한 끝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1. 성준이 어머니께서 9시에 성준이와 동현이에게 식당에서 맛있는 것을 사 주신다.
2. 나도 9시에 그 식당에 우연히 들른 것으로 가장해 동현이를 만난다.
3. 동현이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한다.
그렇게 동현이 가출 끝내기 작전을 다 짜내고 나니 9시까지는 10분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씻고 외출 준비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집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 차림 그대로 나가기로 했다. 평소 출근을 할 때는 렌즈를 끼는데, 렌즈를 찾아서 낄 시간도 없었다. 안경을 쓴 상태로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_ p.136
그런데 도대체 세수했냐는 질문에 샤워했다고 답한 이유 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교무실에서 옆 반 선생님들께 청소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그리고 여쭤보았다.
“그래서 준희한테 세수했냐고 물었는데 샤워했다고 답하는 건 무슨 뜻일까요? 얼굴을 씻은 걸까요, 안 씻은 걸까요?”
선생님들마다 답변이 달랐다.
“얼굴은 안 씻었다는 말이네요. 세수하기 귀찮을 때 있잖아요. 유독 청소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니까 다음엔 그냥 보내 주세요.”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푸하하! 그럴 때는 ‘그래, 샤워했으니까 오늘 대청소하자.’ 하세요. 하하 ”
_ p.143-144
창가 앞쪽에 있던 진수가 교실 반대편에 있는 영민이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자를 높이 던졌었고 그게 선풍기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선풍기 날개가 돌아가는 힘에 의해 플라스틱 자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갈리고 부서져 버렸다. 그러면서 생긴 파편이 교실 사방으로 튀었다. 파편은 매섭고 빠르게, 교실 온 사방으로 요란하게 튀었다. 눈에 맞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얘들아 다 피해!”
교탁 앞을 담당하고 있는 유진이는,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유진이의 머리에 내 손바닥을 얹고서는, 교탁 근처에서 엎드리도록 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서 역부족이었다.
선풍기 전원 스위치 쪽에 서 있던 주영이는 얼른 선풍기를 끄려 했지만, 파편이 자기가 서 있는 방향으로도 사정없이 날아와서 자세를 낮추고 있어야 했다.
“다 엎드려! 땅에 엎드리라고! 서 있지 말고 엎드려!”
목이 까끌까끌하게 한동안 아팠을 정도로 있는 힘껏 소리를 치며 아이들에게 파편을 피하라고 이야기했다.
꽈과곽 꽉꽉꽉.
아이들과 나는 무엇이라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물체들을 방패 삼고 엎드려 있었다. 우리가 방패 삼은 교탁이나 책상 등에 플라스틱 조각 파편이 세게 날아와 부딪히고선 바닥으로 다시 떨어졌다.
_ p.15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