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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보이지 않는 것들

    • 앨저넌 블랙우드 저
    • 권혁 역
    • 돋을새김
    • 2026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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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61673822
    쪽수240쪽
    크기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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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

    20세기 영미 환상, 괴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앨저넌 블랙우드의 『빈집, 보이지 않는 것들』(The Empty House And Other Ghost Stories)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세계와 그 너머의 세계가 맞닿는 순간을 포착한 여섯 편의 기묘한 이야기다. 표제작 〈빈집〉을 비롯해 〈유령의 섬〉, 〈약속을 지키다〉, 〈죽은 자들의 숲〉, 〈수상한 선물〉, 〈뉴욕의 어느 비서가 겪은 기묘한 모험〉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 인물들은 어느 순간 일상의 경계를 넘어선다.

    목차

    [목 차]

    빈집 7
    유령의 섬 45
    약속을 지키다 79
    죽은 자들의 숲 111
    수상한 선물 141
    뉴욕의 어느 비서가 겪은 기묘한 모험 165


    [본 문]

    두 사람이 현관에 서 있을 때만 해도 주위는 환한 등불로 밝혀져 있었고, 여전히 인간 세상의 익숙하고도 안락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고, 달빛 아래 하얗게 펼쳐진 텅 빈 거리를 보는 순간, 그날 밤 자신이 맞서야 할 시험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다.

    _ p.15

     

    고요하고도 후텁지근한 밤이었다. 바람은 한 점도 불지 않았다. 호수의 물결도 잠잠했고, 나무들도 꼼짝하지 않았다.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짓누르듯 드리워져 있어 마치 거대한 장막이 세상을 덮고 있는 듯했다. 어둠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밀려와 어느새 섬 전체를 삼켜버렸다. 해가 진 방향조차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마지막 빛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공기 속에는 폭풍이 닥치기 직전에 흔히 찾아오는 그 불길한 정적이 가득 차 있었다. 모든 것을 짓누르는 듯한, 불안하고 음산한 침묵이었다.

    _ p.53

     

    무엇인가가 문득 들려 올려 졌다가 멀리 걷혀 나가는 듯했다. 단 한순간이었다. 과거와 미래는 사실 하나의 거대한 현재 속에 나란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현상들 사이를 지나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나는 너무도 선명하게 깨달았다.

    _ p.120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전율이 온몸을 스치더니, ‘죽은 자들의 숲의 소나무들이 눈앞에 거대한 검은 장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들의 꼭대기는 거대한 창끝처럼 치솟아 있었다. 내 뺨에는 바람 한 점 스치는 느낌도 없었지만, 밤바람이 수없이 많은 솔잎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바람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머리 위에서는 멀고도 낮은 웅성거림 같은 소리가 잠시 피어올랐다가 이내 다시 사라졌다.

    _ p.132

     

    키 큰 사내의 모습이 사라지고 문이 닫혔다. 방금 전까지의 대화는 어떤 계시처럼 느껴졌다. 가비는 정상적인 감각과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태도와 의도가 진심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처음 한 시간 동안 품고 있던 의심은 햇빛 앞의 안개처럼 서서히 걷혀 가기 시작했다.

    _ p.196 

    출판사 서평

    공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현대 호러와 위어드 픽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름이 있다. 앨저넌 블랙우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와 세계를 탐색했던 작가들 가운데 그는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한 거장으로 꼽힌다. 블랙우드에게 공포란 무덤에서 돌아온 유령이나 눈앞에 나타난 괴물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현실 바로 곁에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느낌,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서 무언가 낯선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이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깊은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에 누구보다 깊이 매료되었던 작가가 H. P. 러브크래프트였다. 러브크래프트는 『문학 속의 초자연적 공포』에서 블랙우드를 ‘기이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데 있어 절대적이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거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평범한 사물과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기이함을 포착하고 현실이 초자연적인 세계와 맞닿는 순간을 구축하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블랙우드의 작품은 러브크래프트를 비롯한 후대 작가들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존재와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데 중요한 문학적 선례가 되었다.

    블랙우드가 활동하던 시기는 고스트 스토리의 모습이 달라지던 때이기도 했다. 오래된 성과 무덤, 원한을 품고 돌아온 망령에 의존하던 고딕소설의 공포가 점차 독자가 살아가는 현실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익숙한 세계를 어느 순간 낯설고 불안한 곳으로 바꾸는 새로운 공포가 등장한 것이다. 블랙우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보여주는 공포’보다 ‘느끼게 하는 공포’를 자신만의 문학적 영역으로 발전시켰다.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의 침묵이 더 무섭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도 사람이 떠난 빈집, 평범한 하숙집, 시골 여관, 외딴 저택, 인적 드문 숲과 호수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장소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척 하나,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난 행동, 희미한 소리와 불길한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균열은 조금씩 벌어지고, 마침내 인물들은 자신들이 믿어온 현실의 질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와 마주한다.
    블랙우드는 그것의 정체를 성급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시선, 평범한 사람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는 섬뜩함을 통해 독자가 먼저 보이지 않는 존재를 감지하게 한다. 숲과 호수, 나무와 바람 역시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또 하나의 세계처럼 다가온다. 사건이 벌어진 순간보다 그 직전의 침묵이 더 무섭고, 눈앞에 나타난 것보다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블랙우드의 이야기가 낡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공포를 보여주는 대신 상상하게 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현실의 경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가 열어놓은 이 문은 러브크래프트를 거쳐 현대 위어드 픽션과 호러문학으로 이어졌다. 『빈집,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 문 너머에서 기다리는 기이하고 매혹적인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앨저넌 블랙우드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저자) 
    영국의 소설가·저널리스트·방송인. 1869년 켄트 주의 슈터스힐(Shooter's Hill)에서 태어나, 엄격한 칼뱅파 가정에서 자랐다. 학창시절의 꿈이었던 정신과 의사를 단념하고 1896년에 캐나다로 건너가 낙농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한다. 금전적인 어려움과 부모님과의 마찰로 인해 캐나다의 오지로 훌쩍 떠나기도 하는데, 6개월가량의 당시 경험은 이후 작품들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정신적 피로에서 회복된 블랙우드는 뉴욕으로 이주해 《이브닝 선Evening Sun》지에서 박봉을 받으며 기자로 일한다. 이뿐 아니라 그림 모델, 바텐더, 바이올린 교습까지 하는 등 자신의 작품 못잖은 미스터리하고 색다른 삶의 일면들을 보여준다. 1895년에 《뉴욕타임스》 기자가 되면서 형편이 전보다 안정된다. 2년 후에는 한 은행가의 개인 비서로 전직하기도 했으나, 뉴욕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삼십대 후반의 나이에 영국으로 돌아간다. 1900년 “황금 여명회(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를 알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초자연적이고 심령적인 관심이 되살아나 이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06년 단편집 『빈집 The Empty House and Other Ghost Stories』을 필두로 “비범한 의사 존 사일런스(John Silence)”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오컬트 탐정 소설을 시작한다. 블랙우드에게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 존 사일런스가 등장하는 장단편 소설들이다. 블랙우드는 장미 십자회나 불교 그리고 신비학에 빠져 있지 않을 땐 스키를 타거나 등산을 했다. 그 자신의 말을 빌리면,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힘의 흔적과 증거를 찾는 것이 주된 관심이었다. 다시 말해 인간 능력의 확장이었다. 그래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의식의 확장 그러니까 의식의 정상작인 범주 외부에 있는 가능성을 추론과 상상으로 다룬다고 했다. 인간의 의식이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으며,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34년, BBC 라디오의 초청으로 유령 소설을 낭독하는데,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둔다. 블랙우드는 방송계로 진출하여 극작가와 방송인으로도 활약한다. 몇 차례 뇌졸중 발작을 겪은 후 1951년에 사망했다. 공식적인 사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혈전이었다.

    권혁(역자)
    아주대 영문과 졸업. 출판기획과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군주론』 『유토피아』 『월플라워』 『우주에는 신이 없다』 『존 스타인벡의 진주』 『자유론』 『사회계약론』 『통치론』 『인문학으로 읽는 과학사 이야기』 『플랫랜드』 『수학자의 변명』 『과학이 우주를 만났을 때』 『뉴턴의 우주에서 아인슈타인의 우주로』 『상대성이론 ABC』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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