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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만옥 말고 엄마가(시인의일요일시집 48)

    • 조혜경 저
    • 시인의일요일
    • 2026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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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2732435
    쪽수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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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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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자꾸 늘어난다

    뻔한 클리셰 속의 진실

     

    ㈜시인의일요일에서 조혜경 시인의 신작 시집 『장만옥 말고 엄마가』가 출간되었다. 조혜경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의 복합적인 양면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선사한다. 기존의 보편적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시인의 독창적인 시선은 익숙한 것에서 낯섦을, 낯선 것에서 보편성을 발견하게 하며, 갈등의 양면성을 동시에 응시하는 태도를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혜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장만옥 말고 엄마가』는살아가는 것살아주는 것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질문들을 한층 더 깊어진 사유로 풀어낸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감성은 바로 '양면성의 동시성'이다. 삶의 희로애락, 존재와 부재, 관계의 단절과 연결 등 모든 현상이 지닌 양면을 분리하지 않고 동시에 응시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을 포착하려는 시인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는 표면적인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갈등과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 시집이 다른 시집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익숙한 보편성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독자적인 시선과 갈등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시인은 상투적이거나 틀에 박힌 세상 이야기를 비집고 들어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하나의 현상 안에서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탐색하며 삶의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내려는 시적 태도는, 삶을 단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균형추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갈등과 양면성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정서적 경험과 사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엄마의 부재와 같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삶과 죽음이 별개의 화두가 아니라 동시에 존재하는 가치임을 보여주며, 이는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특히, “나의 나 됨은 오직 하나님 은혜니, 이 시집이 그러합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 전반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이 깔려 있다. 이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인간이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다. , 모든 존재는 신의 은혜로 존재하며, 시집 또한 그 은혜의 발현이라는 고백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 또한 그러한 은혜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성찰을 유도한다.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제안한다.

     

    조혜경 시인은 첫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에서 보여주었던 삶의 바닥을 긁어모으는 듯한 이미지를 넘어, 이번 시집에서는 더 넓어진 시야로 삶과 죽음, 관계의 균형추를 탐색한다. “물기를 모두 없앤 마른 목소리를 공중에 뛰어오르는 발레 동작인 발롱(ballon)에 빗댄다면 조혜경의 시는 뛰어오르기 직전 웅크린 상태인 드미플리에(Demi-Plié)에 근접하다는 해설자의 말처럼, 시인의 시는 통증을 통증에 머물게 두지 않고, 슬픔을 슬픔에 가두지 않으며, 고통스러운 경험 속에서도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웅크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조혜경 시인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뻔한 클리셰 속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귀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목 차]

    1부
    서랍 / 어제 진 꽃 오늘 핀 꽃 / 소나기 / 블론드는 슬픈 색 / 벚꽃 핀 날 이사를 합니다 / 지루한 일기도 울타리는 반짝이지 / 이번 여행은 온천이에요 / 건너편 공간은 넓다 / 뱀이 온다 / 발롱ballon / 비닐봉지, 너는 끝났어 / 빌딩은 사람보다 단단해 보인다 / Tombe La Neige / 어떤 영화

    2부
    공룡이 운다 / 우리는 즐겁게 살았어요 / 이젠 뚱뚱해질래 / 추모관 / 전주 / 고잔古盞 / 오후 두 시 / 철암鐵巖 / 우리는 친하다 / 가을밤 외로운 밤 비 내리는 밤 / 마지막 파도

    3부
    웅크린 사람 / 공원 / 울지 않는 사람 / 아르바이트 / 나는 누구의 클리셰일까 / 퇴근 / 아무것도 못 할 때 나는 아름다웠네 / 쟁반 위에는 과일들이 있다 / 연노랑과 연두 그리고 초록 / 도형이 태어나는 일 / 중앙역 / 불탄 자리에 고사리가 핀다 / 패밀리 트리 / 정오

    4부
    드로잉 / 실습복을 벗자 / 카메라를 맡길게요 / 가까우니까, 주머니 / 엄마 / 조금 열린 창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 원하던 아이 / 주파수 / 도서관 / 기프트 박스 / 소녀

    해설 갈등의 양면과 동시성 | 최은묵 (시인)


    [본 문]

    소나기가 내리고 나면

    지상은 한 뼘쯤 키가 큰다

     

    가물가물한 약속 흐릿해지는 얼굴들은

    굳이 기억하지 말자고

    오늘은 기특함을 하나 배달하러 갑니다

    오래 안고 있다 보니

    셔츠가 축축합니다

     

    이젠 제법 슬픈 것과 기쁜 것이

    깨끗한 상자 속에 함께 접혀 있는 걸 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요

    그릇에 오래 담아 놓은 눈물처럼

     

    이게 뭘까요? 한번 들여다보세요, 라며

    달려오는 어린아이처럼

    맑고 가볍게 난 7월이 되죠

    _ 「소나기」중에서

     
    *** 

    어둠은 비밀을 지킬 힘이 없지

    다만 비밀이 어둠에 숨어드는 거라고

    흑연黑鉛이 가득 들어차 있는 창문의 안쪽

     

    더듬거리며 밥을 먹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잘 들어보면

    숨어 있는 사람이 보이지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오라는 말

    그 말은 창문을 닫는 말일까

    여는 말일까

     

    문득 하나의 창문을 두고

    지루한 공방을 펼치는 논객들처럼

    의심과 슬픔이

    검은 돌처럼 빛난다

    _ 「드로잉」중에서

     
    ***

    신호등은 박자를 갖추고 있어

    내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행운과 불운도

    박자를 갖추고 있는데

    그걸 왜 나만 모를까

     

    코피가 떨어진 셔츠를 찬물에 씻는다

    연한 빨강이었다가 점점 더 연해지는 수돗물

    그럴 때 노을이 진다면

    완벽한 클리셰

     

    슬픔이나 불안이 코피로

    몸 바꾸는 걸 보며

    세상엔 기적이 있다고 확실하게 알았지

    좋은 일만 기적이 아니잖아

     

    다시 코피를 기다리는 그 힘으로

    해가 졌으면 좋겠다

    _ 「나는 누구의 클리셰일까」중에서

    추천사

    · 시인의 말

    나의 나 됨은 오직 하나님 은혜니,
    이 시집이 그러합니다.

    출판사 서평

    살아가는 것과 살아주는 것

    조혜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장만옥 말고 엄마가』는 첫 시집『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와 다른 층위를 이룬다. 첫 시집이 세상의 바닥을 긁어모은 소리를 온몸으로 품었다가 툭, 몇 개의 이미지를 꺼내놓는, 그래서 ‘살아가는 것’과 ‘살아주는 것’의 차이를 오래 생각하게 만든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 시집은 바닥에 오래 쌓인 소리를 애써 건드리지 않고도 그것들이 스스로 소리를 내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런 연유일까, 첫 시집에서 품었던 삶의 질문들은 한층 더 무거워졌고, 삶과 죽음의 균형추가 흔들리는 폭이 예전보다 커짐을 확인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는 너무나 평이해서 상투적이지만, 이것은 여전히 근원적 물음이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모두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것이 조혜경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는 아니지만 조혜경은 여전히 ‘살아가는 것’과 ‘살아주는 것’의 차이를 고민하고 있으며, 더불어 타자로부터 흡수한 갈등을 자신의 몸에 관통시킴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이렇게 볼 때 시집 『장만옥 말고 엄마가』는 특별해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이야기를 매만지며 공감의 영역을 담보한다. 시집 속 화자는 특별한 누구가 아니라 화자에 투영된 시인이고, 함께 고민하는 독자이고, 이 시대의 질문자라는 사실은 읽는 이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시인은 시적 대상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클리셰이다.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은 속박이 아니라 어울림에 가깝다. 그러므로 시인은 언제든 어디서든 시적 대상과 똑같은 호흡을 낼 수 있어야 하며, 흉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체온을 얹을 줄 알아야 한다. 시는 혁명도 아니고 기적도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뻔한 클리셰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중에 조혜경의 시가 조혜경의 목소리로 삶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장만옥 말고 엄마가』에서 시인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평범한 서사를 재해석하는 정도의 가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지면에서 다루었던 시인의 목소리는 단편적일 뿐, 다른 이들은 창밖과 창안, 주머니 속과 밖, 움켜쥔 주먹과 펼친 손, 슬픔과 기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 동시에 양 갈래로 뻗는 언어의 방향성에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조혜경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다. 순천향대학교와 동 대학원 및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현재 전주대학교 교수로 있다. 2012년 시 「레위기 저녁」으로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2020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시집 『그 오렌지만이 유일한 빛이었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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